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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또 한번의 대도약

필수인포 2023. 4. 6. 03:27

또 한번의 대도약

해부학적 관점과 문화적 관점에서 현생인류라 불릴 수 있는 인간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수만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고, 또한 많은 발전 단계를 필요로 했다. 우리에게 매우 갑작스럽게 보이는 과거의 변화라고 해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수천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던 사건들이었다. 

 

이렇듯 이 여정은 긴 연속성을 가지고 이루어졌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아시아,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으로까지 퍼져나갔고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생존에 극도로 부적합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세계에서 인류가 살게 되었다. 후기구석기시대,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 최초로 출현한 정황을 알려주는 자료들은 대륙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유럽과 유라시아는 자료가 풍부하여 당시 상황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고 플라이스토세 말기까지 도달했던 문화적 현대성에 대해 훨씬 명확한 그림을 제공한다.


이에 비해 현생인류의 본고향인 아프리카나 동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남북 아메리카에 대한 지식은 매우 불충분하다. 거의 전 지역에서 예술창작의 시초에 대한 흔적이 산발적으로 존재하지만 유럽 서남부에서 나온 빙하기 동굴 벽화만큼 양과 질에서 걸출한 수준에 도달한 경우는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이 동굴 벽화는 세계 역사의 모든 시기와 지역을 통틀어서 인간이 그 존재를 부각시킨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렇게 증거자료의 양과 질이 지역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관련 연구가 지역마다 어떻게 진행되어왔느냐에 상당히 좌우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증거 자료가 지역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이 단지 연구 진척 정도 때문이라고 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던 모든 지역에서 문화적 현대성이 매우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문화가 똑같은 형태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즉 후기구석기시대 초기현생인류의 문화는 후대의 문화적 발전 양상이 비슷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형태로 발달하진 않았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왜 그런지 이유를 찾으려고 하면 우리는 곧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현재로서는 확실한 학문적 근거를
댈 수 없고 가설 수준의 의견만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문화적 현생인류로의 발전은 비록 수천 년이 걸린 여정이었지만 전체 인류사로 볼 때는 '대비약'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비유적 표현은발전 과정이 돌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과정이 수많은 결과를 야기한 사건이자 불가역적인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원칙적으로 봤을 때 이동생활 하는 수렵채집 생활에서 정착 농경 생활로 전환되었다가 수 세대가 지난 후에 다시 유목생활로 돌아가 가축을 사육하는 변화 방식은 가능한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발전했던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인류 종에게서 문명 발달은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진 변화가 나타난 뒤 다시 새로운 방향을 향해 계속 발전하는 양상이었다. 따라서 초기 인간 역사를 되짚어볼 때 새로운 시기를 여는 많은 후속 효과를 야기하는 결정적 사건들이 일어난 시점이 언제인지는 늘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런 획기적인 사건은 문화적 현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못한 채 외양만 다르게 변화시킨 발전 양상들과는 구분 하여 취급되어야 한다.


생존 전략과 생활 방식에서 후기구석기시대 호모 사피엔스는 그 이전에 나타났던 인류 종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호모 에렉투스도 크고 작은 활동 지역에서 수렵과 채집 생활을 했다. 이들은 대형 포유류를 사냥했고 처음으로 육식을 했다. 또 씨앗, 견과류, 베리류 열매, 덩이뿌리 식물, 풀, 나무 이파리 등으로 식단을 보완했다. 매복하고 있다가 대형 포유류를 한 마리씩 또는 무리 전체를 포획하는 집단 사냥 방식 또한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행해졌던 방법이다.

 

여기서 주목해 야 할 대단히 중요한 사실은 유럽의 후기구석기시대 현생인류는 그 이전의 인류 종과는 달리 투창가속기라는 사냥 성공률을 확실히 높일 수 있는 일종의 기계를 발명했다는 것이다. 즉 당시 인류는 자연환경에 일방적으로 적응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활이 그때그때 사냥 운과 같은 우연적 요소에 덜 좌우되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계획적으로 목표의식을 갖고 사냥 도구와 기술을 개선시켰다.


현재까지의 증거 자료로 추정해보건대 더 높은 효율성을 향한 욕구야말로 호모 사피엔스만의 독특한 특징이며 이 징표는 다른 모든 삶의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호모 사피에스의 야영지는 그 시설에서 중기구석기 시대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 듯하고 불은 선조들이 이미 훨씬 이전부터 다뤄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