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도덕성

청소년기의 도덕성

 

 청소년기 도덕성에 대한 이론의 개관

청소년기의 도덕성은 아동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며, 보다
성숙된 도덕적 사고와 행동을 나타낸다. 청소년기의 도덕성 발달에 대한
주요 이론적 관점들을 먼저 간단히 요약해 보고자 한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볼 때,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시작된 초자아의
발달이 계속되며, 도덕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된다. 도덕적 자아 이상을 지
향하는 부모에 대한 동일시는 계속되며, 양심도 점차 강화되어 사회가 설
정하고 있는 행위 규범을 어겼을 죄책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이
러한 과정에서 두드러진 한 가지 특징은 죄책감을 처리하는 전략이 발달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친구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함
으로써 죄책감을 줄일 줄 알며, 스스로 자기행동을 규제하고 처벌함으로
써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죄책
감이라는 부정적 정서를 통제하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은 청소년기 도덕
성의 성숙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회학습론적 관점에서 볼 때, 청소년기는 도덕적 모델을 단순히 모방
하는 것에서 발전하여 모델의 도덕적인 행동과 비도덕적인 행동이 초래
하는 결과 차이를 명백히 인식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도덕적
행동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예상하고 고려할 수 있게 된다. 아동기 도덕
적 행동의 모델은 주로 부모나 교사에 한정되는데 반해 청소년기에는 사
회적 모델의 범위가 확장된다. 

 

청소년기의도덕성

예컨데, 친구, 선배, 운동팀 코치, TV나 영화 배우, 가수 등은 청소년들의

도덕적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모델들이다. 

 

흔히 청소년기에는 도덕적 행위 모델이 부모로부터 벗어나 친구나
연예인으로 옮겨간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부모는 청소년기에도 여전히 중
요한 도덕적 모델이 되고 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신이 선택한 다른 모델
의 도덕적 행위규범이 서로 일치할 때 청소년들은 안정된 도덕적 행동을
습득할 수 있는 반면에, 도덕적 행동규범이 서로 달라서 갈등을 느낄 때

양자를 통합하여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발달적 관점에서 볼 때, 청소년기는 형식적 조작사고의 발달과 더
불어 획득되는 가설설정능력으로 인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 사람
과의 관계, 나아가 사회전반의 도덕적 특성에 대해 관념적이며 이상주의
적인 경향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강력한 이타적 성향과 정의에 대한
인식 및 주장으로 표출된다. 많은 청소년들이 타인을 돕는 자원봉사활동
에 적극 참여하며, 부정과 불의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보이는 것은 이러
한 이유 때문이다. Kohlberg의 이론이 청소년들의 정의(正義)를 대표하는
것이라면, Gilligan의 이론은 청소년기의 이타성을 대표하는 것이다. 본서
에서는 Kohlberg의 이론과 Gilligan의 이론에 기초하여 청소년의 도덕성
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Kohlberg의 청소년에 대한 견해

청소년들은 사회가 기대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며, 사회적 규범과 의무
를 준수하려는 인습적 수준의 도덕적 사고를 한다. 즉,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서로를 신뢰하며 상호 관여하는 3단계의
도덕적 가치와 법과 질서를 중시하고 준수하는 4단계의 도덕적 가치를
포함한다. 청소년들은 규칙과 질서를 중시하고 인간관계의 신의를 소중히
하는 도덕적 의무감 특히, 친구 간의 우정을 지키려는 강한 의무감을 유
지하고자 노력한다.
청소년기 도덕적 사고발달의 한 가지 현저한 특징은 청소년 후기에 나
타나는 도덕적 퇴행(regression)의 문제이다. Kohlberg Krammer(1969)의
종단적 연구에서 인습수준에 도달한 약 20%의 대학생들이 대학에 입학
한 2~3년 동안 도구적 자기중심주의인 2단계로 후퇴하였다가 4단계로 되
돌아 오거나 도덕적 원리를 추구하는 5단계로 발달하는 현상이 발견되었
다. Kohlberg는 이러한 퇴행현상이 2단계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5, 6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동요라고 생각하고, 이를
4 단계라고 이름붙였다(Kohlberg, 1984a).

 

Kohlberg(1984a)는 퇴행이 일어나는 원인을 Erikson(1963)의 자아 정체
감 탐색의 한 과정(8장 참조)으로 보았다. 청소년기에는 정체감의 혼미로
인하여 모든 심리적 영역에서 동요가 일어나게 되는데, 도덕적 사고에 있
어서도 청소년들은 사회적 규범과 법률을 절대적 도덕률로 받아들이고
이를 준수하던 4단계의 사고로부터 사회적 구속을 벗어나기 위해 규범을
배척하는 사고로 이행하게 된다. Kohlberg는 청소년기의 이러한 사고의
특징을 사회 이탈적(outside-of-society) 조망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Kohlberg의 관점에서 청소년기의 도덕적 퇴행을 자아 정체감의 발달과
관련해서 설명할 때, 이는 2단계로의 구조적인 후퇴가 아니라 5,6단계의
원리적 도덕성으로 발전해 가는 기능적인 진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도덕성 발달의 퇴행을 일시적인 동요나 기능적 진
보로 생각하지 않고, 이를 Kohlberg 도덕성 발달단계이론의 구조적 문제점
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많다(김상윤, 1985; 송명자 등, 1985). 따라서
청소년기 도덕적 퇴행의 원인과 이행과정에 관하여 더욱 풍부하고 체계
적인 연구가 요망된다.
청소년기의 도덕적 사고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도덕적 상대주의
(moral relativism)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상대주의란 모든 사람이
준수해야 할 객관적이며 보편타당한 도덕률의 존재를 부정하고, 개인적이
며 주관적인 관점에서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인습수준으
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아직도 인습 이후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 후기의 대학생들은 선악과 가치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부정하고
임의적인 도덕률을 가지며, 모든 도덕적 관점과 입장에 동등한 가치를 부
여하는 도덕적 상대주의를 택한다.
Kohlberg(1984a)는 하인쯔 갈등에 대한 반응을 분석하여 다섯 가지 유형의

도덕적 상대주의 사고를 식별해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