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생활정보

달리기 시합 규칙

필수인포 2023. 4. 2. 21:30

달리기 시합 규칙

규칙은 간단했다. 모든 참가자가 같은 시간에 출발해서, 그날 구간의 결승선에 도달했을 때까지의 기록을 재고, 그런 식으로 모든 구간의 기록을 합산하여 최종 성적을 내는 것이었다. 자정까지 구간을 완주하지 못한 참가지는 실격이었다. 뉴욕에 도착했을 때 합산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가 우승자가 되는 것이다.


닷새째에 참가자들은 모하비 사막의 광천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물 펌프가 단 하나만 설치되어 있었다. 다음 날부터는 길가에 샘터들이 있는 곳마다 중간 점검 지점들이 설치되었지만, 파일은 그런 물 펌프들 사이의 구간을 달릴 때에는 물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았다. 많은 주자들이 갈증과 화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어떤 곳에서는 도로 표면에 기름이 쏟아져
나와서 딱딱한 모래덩어리들이 생겼는데, 그런 것들이 주자들의 발에 밟혀 으스러지곤 했다. 4분의 1이상의 선수들이 첫 주에 탈락한 이유를 헤아리기란 어렵지 않다. 

 

달리기시합규칙
달리기시합규칙

 

그중에는 유리 조각을 밟아 심각한 자상을 입은 애덤 지올코프스키 Adam Ziolkowski라는 선수도 있었다. 그는 그 지역에 남아서 캘리포니아 감자 농장의 일꾼으로 먹고살다가, 대회가 끝나고 다섯 달이 지난 후에야 뉴욕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저녁 시간을 식사와 마사지와 족욕으로 보냈다. 그들은 대회 안내 책자를 팔거나 미국의 유일한 라디오 이동방송국과 인터뷰를 해야 했다. 

 

라디오는 아직 발달 초기 단계에 있었지만, 파일은 라디오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시합 초반에 주자들은 파일이 '아메리카' 라고 불리는 특별 제작된 이동식 주택에서 호사스럽게 지내는 것을 보고 불쾌하게 여겼다. 그것은 이동식 주택 가운데서는 당대 최고라고 선전되던 물건으로, 온수와 냉수가 나오고, 샤워도 할 수 있으며, 냉장고와 독서용 조명도 갖춰져 있어서 매우 고급스러웠다.


파일은 또한 미국에 깊이 뿌리 내린 대중 오락의 하나인 이른바 '막간 여흥sideshow' 팀을 대동하고 다녔다. 이런 여흥 팀은 대개 뚱뚱보 여성들, 뱀, 불을 먹는 사람들, 칼을 삼키는 사람들뿐 아니라 작은 마을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많은 재밋거리를 갖추고 있었는데, 파일이 대동한 팀의 경우에는 다리 다섯 달린 개와 미라가 된 오클라호마 출신 흉악 범죄자의
시체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은 그날의 경주 구간이 종료되는 곳마다 무대를 세우는 이러한 예능인들을 이용해 더 많은 관중을 끌어모아 수익을 높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그들이 돈을 긁어모으는 기계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장소들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고, 이 장거리 이동 행렬에 이국적 풍취를 보태주었다. 파일의 바람처럼, 매일 밤낮으로 혼란과 여흥과 좌절이 한데 뒤섞인 뒤죽박죽 풍경이 펼쳐졌다. 물론 연도에 늘어선 수많은 관중이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주자들을 구경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파일이 많은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파일은 자신이 공짜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12일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110명의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매일 누군가가 달리는 도중에 혹은 결승선에 들어간 후 쓰러져버렸다. 아니면 다음 날 아침에 탈진이나 부상, 감염, 발의 물집 때문에 경주를 계속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부딪친 선수들도 여럿 있었고,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불치의 향수병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또 몇몇 선수들은 파일의 지나친 통제에 항의하며 경주를 포기하기도 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파일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지구력을 강력히 신봉했지만, 그들은 도로 위를 몇 주 동안 달릴 능력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결국 중도에 포기해버렸다. 윌리 콜레마이넨은 부상을 입고 3일 만에 떨어져 나갔고, 한동안 선두권에서 잘 달리던 아서 뉴턴조차도 600마일 표지판을 앞둔 지점에서 포기해야만 했다. 뉴턴은 국제적으로 큰 인기
를 누리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파일은 그를 계속 이 대회와 엮어놓고자 남은 주자들을 돕는 고문으로 임명했다. 이름난 거물의 참여는 흥행에 극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뉴턴이 탈락하자 시합은 더욱 오리무중이 되었다. 오클라호마에서 온 스무 살의 체로키 인디언 앤디 페인Andy Payne 이 새로이 선두에 나섰는데,그는 스타 선수들이 낙오하자 경주 행렬에서 앞으로 치고 올라왔다.


경보 선수 가운데 한 명인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해리 건Harry Gunn은 두 대의 개인 지원 차량과 부유한 아버지 '딕' 건 'Dick' Gunn의 도움을 받았는 데, 그는 아들이 완주할 거라는 데 7만 5,000달러를 걸었다. 그는 만일 아들이 완주한다면 1등 상금과 똑같은 액수를 용돈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첫날부터 해리는 부상과 탈진을 피해가며 1시간에 3.5~4.5마일 정도를 유유자적 걸었는데, 속보로 뛰거나 걷다가 발에 금세 문제가 생겨 경주를 포기하는 사람들과 대조적이었다. 그는 신발을 자주 갈아 신었고, 호텔의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잤으며, 맛있는 레스토랑 음식들을 먹었다. 다른 선수들이 시끌벅적한 천막에서 휴식을 취할 때, 그는 욕조에 누워 개인 전담
코치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의 계몽운동과 독일의 체육 교육  (0) 2023.04.03
우생학과 인종주의  (0) 2023.04.02
미국 횡단 경주  (0) 2023.04.02
옷도 부끄러움도 없이  (0) 2023.04.02
사실 혹은 날조?  (0) 202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