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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혹은 날조?
최초로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1954년 5월 6일 옥스퍼드에서 영국인 로저 배니스 Roger Bannister가 그 신화적인 장벽을 3분 59초 4의 기록으로 깼다는 것은 달리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식이 되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피터 래드포드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그는 영국에서 1800년 이전에 벌어진 달리기 시합을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연구해왔고, 이 장벽이 18세기에 일찌감치 깨졌다는 증거를 자신이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1770년 5월 9일 런던의 길거리 행상인 제임스 패롯James Parrott은 구경꾼과 참관인들의 재촉을 받으며 고스웰 로드에 있는 차터하우스에서 출발해, 길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돌고, 계속해서 구(舊) old Streer를 따라 놀라운 속도로 내달렸다. 그가 과연 4분 안에 1마일을 주파할 것인지를 놓고 15기니에서 5기니의 판돈이 걸렸다.
그리고 시간 기록자들에 따르면 그는 정말로 해냈다. 주변 여건과 주자의 몸 상태가 매우 좋았던 탓에 그는 목표를 달성했고 상당한 액수의 돈을 벌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제임스 패롯이 달리기 역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우선 그와 그가 세운 업적은 래드포드가 최근에야 발굴한 사실이다. 두 번째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현대의 통계학자들은 패롯의 기록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통계학자들은 17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라면 어떤 주자도 그런 높은 수준의 기록을 달성할 수 없
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비록 그 주(週)에 어떤 신문에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되기는 했지만, 시간도 거리도 현대적인 기준에 맞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회의적인 사람들의 귀에는 이 얘기가 스포츠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던 시대에 흘러나온 거짓말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들은 1787년에 1,000기니 (2008년 가치로 환산할 때 약 78만 파운드에 해당하는 걸고 4분 안에 1마일을 달렸다는 파월 Powell이라는 남자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
1796년에 웰러 weller라는 이름의 세 번째 남자가 4분안에 1마일을 달리겠다고 제안했을 때 도박꾼들은 흥분했다. 그는 옥스퍼드 인근에서 내기달리기를 한 경험이 풍부했는데, 영국의 이곳저곳에서 온 세 사람씩을 끌어들여 항상 넷이서 시합을 펼쳤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그는 전력을 다해 달려서 3분 58초에 주파했고, 그 결과 최초로 언론을 통해 정확하게 보도된
4분 이내 1마일 주파의 기록을 수립했다. 날짜는 1796년 10월 10일이었다.
18세기의 신문들은 또한 20~30마일(32~48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린 경주들도 보도했는데, 피터 래드포드는 그 거리들을 현대의 마라톤 거리인 26마일 385야드(42.195킬로미터)를 기준으로 환산해 다시 계산해보았다.
그의 계산에 의하면 스위스 출신의 어떤 주자는 1769년에 2시간 10분 이내 기록으로 마라톤을 완주한 셈이 된다. 아마도 이탈리아 사람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건각은 1753년, 2시간 11분에 마라톤을 완주했다. 경주 거리가 확실했던 경우를 놓고 보자면, 신문들은 1730년에 제임스 애플비 James Appleby가 12마일(1만 9,108미터)을 달리는 데 57분이 걸렸다고 보도
했다. 이 경주에서 토머스 필립스Thomas Philips는 그보다 15초 뒤쳐져 들어왔다.
훗날 두 사람 모두 4마일(6,436미터)을 18분에 주파했다. 이 정도면 20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대단한 기록이다.
Hess 현대의 전문가들에겐 당연히 거리와 계시에 관해 의문을 제기할 권리가 있으나, 당시라고 해서 사람들이 모든 것을 다 운에 맡겼던 것은 아니다.
1770년에 영국에서는 농사에 사용되는 장비를 가지고 거리를 측정했는데, 매우 정확해서 오차가 아주 적었다. 지역마다 거리 표준이 달랐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영국은 국가 표준을 채택하고 있었다. 또한 경주는 흔히 양 패거리 간의 내기를 동반했기 때문에, 시간 기록을 포함한 모든 것이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했다. 양측은 중재자를 지정했고, 만일 시간이나 거리 같은 실제적인 요소들에 도저히 합의를 이뤄낼 수 없는 경우에는 판사가 지정되기도 했다.
물론 피터 래드포드도 순순히 인정한 바와 같이 실제로 18세기에 시간과 거리를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도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시대 사람들이 항상 정확하게 측정한 것은 아니었다. 양측은 몇 야드나 몇 초 정도의 불일치는 내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래드포드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거리를 뛴 특정 주자들의 성적이 서로 잘 맞아떨
어진다는 점을 발견했고, 그래서 그는 자신이 연구한 경주에 거리 측정이나 시간 기록과 관련해 앞뒤가 안 맞는 측면은 거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예를 들어, 1729년에서 1732년 사이에 102회의 경주에서 우승한 핀이어 Pinwire의 경우, 달리기 기록 2개가 알려져 있다. 그는 1733년에 10마일(16킬로미터)을 52분 3초에 달렸고, 1738년에는 12마일(19킬로미터)을 64분에 달렸다. 거리 차를 고려하면 이 두 기록은 거의 일치한다. 만약 거리나 시간 혹은 그 두 가지 다 첫 번째 경주에서 잘못 측정된 것이라면, 1738
년의 두 번째 경주에서도 그것들이 앞서와 거의 동일한 오차비율로 잘못 측정되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래드포드는 무려 20회에 달하는 일관된 결과들을 보유한 구체적인 인물들을 발견했고, 그래서 그는 18세기의 스포츠맨들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그들은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만일 250년 전의 경주마들이 오늘날의 경주마만큼 빠르게 달렸을 거라고 추정한다면, 운동선수들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 가운데 최고수들은 달리기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게다가 많은 액수의 돈을 걸고 시합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내기 경주는 위대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래드포드의 발견이 그 당시 달리기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고 믿기는 어려우며, 그 역시 이 점에 동의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찾아낸 것만을 보고하고 있을 뿐이다." 16 우리는 19세기말 이후로 기록이 꾸준히 향상되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아무리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그때보다 100년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렇게 훌
륭한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은 불합리한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스포츠의 발전이 새로운 성공에 뒤이은 침체와 퇴보의 기간 같은 것 없이 그저 직선적으로 발전해왔다고 믿도록 길들여진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 18세기의 영국 국민들은 대체로 훌륭한 외적 조건을 누렸다. 18세기 영국 해군의 식단표는 음식이 그런대로 충분했음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18세기 영국의 평균적인 식단은 산업화의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실제로 훌륭했을 것이다.
산업화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자라고 생활했다. 그들은 많이 걸었고 어릴 때부터 고된 육체노동을 해왔다. 비교적 가난했고 단 한 번의 경주로 몇 년치의 수입을 대번에 올리는 것이 가능했던 그 사회에는 훌륭한 달리기 주자와 걷기 시합 선수들이 있었으며, 거기에 조금 더 투자를 해서 그 수준을 높여놓은 엘리트들이 있었다. 그들의 기본 체격은 19세기
에 도시로 이주해 그곳에서 자라나고 공장에서 노동을 했던 그들의 후손들보다 훨씬 훌륭했다. 지독한 생활 여건과 형편없는 식단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녹초가 될 때까지 해야 하는 중노동과 결합하여 도시 거주자들의 건강을 크게 손상시켰다. 도시민들은 달릴 수 있는 탁 트인 땅이나 들이마실 신선한 공기는 물론이고, 그 밖에 훌륭한 주자에게 꼭 필요한 선결조건
과 기본적인 여건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했다.
1790년대에 어떤 이가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밝혀내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달리기의 역사에서도 엄청난 경이가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역사란 어떤 낯선 지점을 충분히 깊게 파고들어가보면 언제나 경이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기존의 관점에 도전하는 새로운 역사적 지식은 날조로 취급받아 손쉽게 무시되
기 십상이다. 그런 사정은 달리기처럼 구체적인 문제를 다룰 때에도 다르지 않다.
어느 시대에나 인간은 자신을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보다 더 나은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우리보다 더 단순한 기술 수준과 더 낮은 과학 발전 단계를 살았던 우리의 조상들이 후대 사람들 못지않게 훌륭한 업적을 성취해냈다고 상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2004년 피터 래드포드는 로저 배니스터의 대기록 수립 5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자신의 연구 성과물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 성과에 대한 반웅은 양분되었다. 영국 스포츠 연구소의 과학 담당 국장인 그레그 화이트 Greg Whyte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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