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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옷도 부끄러움도 없이

필수인포 2023. 4. 2. 00:36

옷도 부끄러움도 없이

17세기 중반 영국에서 벌거벗은 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문은 그들을 "순전히 자연의 힘으로In Puris Naturalibus" 라는 표현을 써가며 다뤘다.


필립 킨더Philip Kinder는 더비셔에서 '벌거벗은 소년'과 '홀랑 벗은 2명의 상대 선수들' 이 한겨울에 벌인 2~3마일의 경주 장면을 묘사했다.

 

1681년 3~4명의 숙녀들이 은밀한 부위만을 가리고 거의 벌거벗은 채 달렸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 여자들이 옷을 어느 정도나 걸치고 있었던 것인지 확실히 알 길은 없다. 왜냐하면 시대마다 관찰자들이나 작가들이 내리는 나체 및 최소한도의 의상에 대한 해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피터 래드포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영국 북부와 런던 지역에서 열아홉 차례의 나체 경주가 있었는데, 그 '나체'에도 정도 차가 있었던 것 같다. 1681년에 경주에 나선 그 소년은 그냥 '벌거벗었다'고 표현된 반면, 다른 두 소년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완전히 나체가 되었다는 것 말고는 달리 해석하기 어려운 '홀랑 벗었다' 라는 표현이 쓰였다.

 

달리기주자
달리기주자


우리는 여기서 1970년대에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호주,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그 밖의 여러 나라에서 축구나 럭비 시합 중에 자주 발생했던 '스트리킹streaking 현상' 같은 자발적인 노출 행위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스트리킹을 하는 사람들은 경기가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넓은 경기장에 뛰어들어가 옷을 벗어 던지고 전력으로 질주하
면서 느닷없는 행동의 효과를 십분 활용했다.


18세기의 영국에서는 나체 경주가 사전에 선전되었고, 그래서 수백 명 심지어 수천 명의 관중을 끌어들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체를 굳이 감추려들지 않았고, 별로 당황해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그들은 오늘날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실제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했다. 주로 아침 일찍 열리곤 했던 이러한 행사가 끝난 후
에 나체 주자들에 대한 경고와 체포가 이뤄지긴 했지만, 지금과는 달리 나체 주자들이 모두 다 체포되지는 않았다.


여성들은 옷을 벗는 일에 대해 경고를 받는 경우가 흔했지만, 그보다 더 심하게 남자와 여자가 함께 벗고 달리는 일은 실제로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1725년에 런던에서 2명의 여성이 '순전히 자연의 힘으로 경주에 참가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흰색 속바지와 조끼를 입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0년 후, 거의 벌거벗은 여성 2명이 런던에서 징계를 받았고, 그후로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속바지와 조끼를 착용해야 했다고 한다. 남성들은 좀 더 자유로웠고, 남성 관중들에게 상이한 반응들을 불러일으켰다. 

 

피터 래드포드는 17세기 전반에 특히 위세를 떨쳤던 영국의 청교도주의가 이 같은 공공연한 나체 행동을 자극했다고 믿는다. 옷을 벗은 주자들은 아마도 일부러 청교도들이 거부하고 죄악시했던 행동을 하려 했을 것이다.


17세기의 더비셔 사례의 경우, 래드포드는 그 소년들과 작가인 필립 킨더 모두 고대 그리스의 운동선수들은 벌거벗고 달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라 주장한다. 두 소년에 대해서 킨더가 짐노페디아 gymnipaida (고대그리스에서 나체의 남자가 춤을 추던 의례 무도-옮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가 그리스의 역사와 전통을 알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옷을 벗어 던짐으로써 소년들은 적어도 상류층 사람들에게는 친근했던 과거의 한 시대에 대해 존경을 표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예술 분야에서 고전적인 양식에 매료되었다. 1720년에서 1770년 사이에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를 통해서만 어림잡아 5만 점의 회화와 50만 점의 판화 및 조각품들이 영국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을 구입해서 벽에 걸어놓을 만한 재력
이 있는 사람들은 벌거벗은 몸뚱어리를 표현한 예술품들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이는 예술, 문학, 건축에 관한 영국 상류계층의 취향에 영향을 미쳤다. 만일 작가와 화가들이 고전기를 들여다볼 줄 알았다면, 운동선수들도 아마 똑같이 그랬을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나체 경주의 관습은 영국에서 사라졌다. 그 시기의 의복 규범에 따르면 벌거벗은 주자들은 체포를 당하거나, 무거운 벌금을 물거나, 보호시설에 수감될 위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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