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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자들

필수인포 2023. 4. 1. 18:23

여성 주자들

셰익스피어는 또한 여성들을 위한 소위 '스목 경주smock race' 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이 경주는 17세기 이후 200여 년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시합으로, 경주의 거리는 대개 짧았다.

 

스목 경주라는 이름은 우승자에게 상품으로 'smock' (옷 위에 걸쳐 입는 덧옷-옮긴이)을 주는 경우가 흔했던 데서 유래했다. 스목 경주 연구의 권위자인 피터 래드포드Peter Radford에 따르면 스목 외에 페티코트, 스커트, 모자, 스커트용 옷감, 앞치마, 양의 다리 고기, 설탕, 차, 현금 등도 우승자에게 주는 상품 목록에 올라 있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이 래드포드 역시
1960년대에 세계적인 단거리 선수였다. 

 

여성말달리자
여성말달리자


보통 2~6명 사이의 여성들이 한 조를 이루어 성인축일이나 교회 축제일, 지역 축연이나 경마 시합일, 장날이나 누군가의 결혼식 날, 혹은 크리켓 대회 개최 기간이나 여타 기회가 있을 때 달렸다. 15세 이하, 20세 이하, 25세 이하, 35세 이상 등 연령대에 따라 출전 등급도 나뉘었다.

 

스목 경주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해를 거듭하며 개최되었다. 시합이 열리기 전에 상품 내역이 발표되어, 시합 날까지 며칠간 기둥이나 나무에 게시되었다. 상금은 잘사는 지역 유지들에게 기부를 받거나 위원회가 모금을 하기도 했다. 4월에서 10월까지가 스목 경주 시즌이었고, 그중 5월과 6월이 절정이었다.


피터 래드포드는 켄트 지방에서 열린 대부분의 스목 경주를 발굴해냈다. 그곳에서는 18세기 내내 해마다 적어도 20회의 목 경주가 개최되었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중요한 시합은 163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그해에 부유한 사이자 다재다능한 공복이었던 더들리 디기스 경 sir Dudley Digges이 세상을 따나면서 경주에서 승리한 젊은 남녀에게 주라며 상금으로 매년 20파운드(2008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2,300파운드 정도 된다)를 내놓기로 유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5월 19일에 열리는 그 경주는 '러닝 랜즈 경주the Running Lands Race' 로 알려지게 되었다. 시합은 올드 와이브즈 리스에서 개최되었는데, 예선 경기는 5월 1일에 있었고 5마일 정도 떨어진 셸드위치에서도 예선전이 펼쳐졌다. 본선에 참가하려면 예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러닝 랜즈 경주는 19세기에 들어서도 별 탈 없이 계속되었다. 소녀들과성인 여성들은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재미와 명성과 상품을 얻기 위해서 이 시합의 승리에 목표를 조준했다. 18세기를 지나는 동안 상금에 변화가 있어서 우승자가 늘 10파운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정도의 돈이면 상당한 액수였다. 어린 하녀가 1년에 버는 돈이 옷과 숙식을 제하고 2파운드 정도였으니, 한 번의 승리는 연간 수입을 다섯 배로 늘려주는 셈이었다. 올드 와이브즈 리스의 경주 거리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지만, 한 달 후 하짓날 그곳에서 개최되는 또 다른 경주에서 여성들은 220야드(200미터), 남성들은 440야드(400미터) 를 달렸다.


켄트에서 벌어진 시합들은 올드 와이브즈 리스의 경주를 중심으로 조직화되었다. 약 2마일 정도 떨어진 브레이번 리스에서는 앞선 대회 우승자들의 참가가 허락되지 않았고, 올드 와이브즈 리스에서 우승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배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으며, 이 규칙은 켄트의 다른 지역에서도 적용되었다. 그 주에서 개최된 가장 큰 시합의 우승자는 앞으로 시합에 참가할 기회가 거의 없으리라는 것과 아마도 경주 생활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이전 대회의 우승자들도 계속 달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4~5시간을 기꺼이 걸어서 출전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마을을 찾아가곤 했다. 피터 래드포드에 의하면 이것은 지금껏 알려진 여성들의 경주 조직망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보통의 스목 경주는 더 큰 오락 프로그램의 일부인 경우가 많았다. 관중들은 남자들이 미끄러운 장대를 타고 높이 올라가는 시합을 한다거나, 젊은이들이 씨름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고, 여성들의 달리기를 보면서도 그랬다.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온 방문객들은 그러한 경주들에 대해 나름의 촌평을 했다. 달리기 선수들의 체중에 그리 큰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돈내기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여성들도 경마 기수들처럼 체중을 재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1778년도 소설 《에블리나Evelina》에 등장하는 한 에피소드는 이런 생각들이 괴상한 형태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에는
굉장히 나이 많은 여성 2명이 상류층 주최자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경주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여성들은 헐떡이고 버둥거리면서 서로를 발 걸어 넘어뜨리고 또 발을 건 자신도 넘어지지만, 판돈을 건 사람들은 다시 출발할 것을 요구한다. 100파운드라는 거액이 걸렸기 때문이다. 

 

여흥을 위해 가난한 노파들을 착취하는 것이 허용되었고, 당사자들도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기꺼이 조롱거리가 되어주었다.

 

18세기와 19세기 영국 여성들의 복장은 달리기를 하기에 적당치 않았다. 긴 스커트와 속치마는 자기 다리뿐 아니라 다른 경쟁자들의 다리에도 휘감겨 다리를 충분히 멀리 내딛지 못하게끔 방해했다. 가끔은 관중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소한의 옷만 입은 여성들을 선전에 동원하기도 했는데, 1744년에 월워스 공원에서 열린 한 크리켓 시합에서 번외의 유인책으로
그 도시의 매춘부 2명이 속옷차림으로 사람들 앞에 등장했다. 주최 측은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로 그녀들은 마치 이국의 주자들처럼 사람들의 흥미를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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